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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영화 리뷰] 기본에 충실하면 생기는 일, 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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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에는 '엑시트'의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본 포스팅의 내용은 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2019년은 2018년에 개봉했던 <신과함께>같이 대자본 판타지 영화가 아닌 비교적 적은 자본이 들어간 영화가 힘쓴 한해였습니다.

또한 한국 영화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신파, 멜로를 억지로 집어넣은 게 아닌 본래 장르에 충실한 영화들이 흥행했는데요.

대표적인 영화론 코미디에 집중했던 <극한직업>과 본 포스팅의 주인공 재난영화 <엑시트>가 있습니다.

사실 전 <엑시트>에 기대감이 없었습니다.

배우로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준적이 없었던 윤아와 마찬가지로 뚜렷한 영화 흥행작이 없었던 조정석 주연이었기 때문에 '그냥 또 한국 영화 하나가 나왔나보다' 정도가 제 감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엑시트> 관객수는 940만을 돌파했습니다(2019년 12월18일 기준)

비록 1,000만 관객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분명한 대흥행이었고 <극한직업>에 이어 기본에 충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라 아주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본 포스팅에선 이런 <엑시트> 후기를 간략하게 작성해보려 합니다.

그럼 본 포스팅 <[영화 리뷰] 기본에 충실하면 생기는 일, 엑시트> 시작하겠습니다.

■ 기본,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엑시트>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쓸데 없는 멜로도 머리아픈 정치 이야기도 없습니다.
주인공인 조정석과 윤아는 그저 탈출을 위해 달리기만 합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는 동안 뭔가 멜로가 생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실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재난 영화들도 생사를 넘나들며 위험한 곳을 탈출하던 남녀 주인공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곤합니다.

'흔들다리 효과'라고하죠?

위험을 함께 극복하다보면 상대에게 반하는 그런 상황.
대부분의 재난 영화에선 그런 상황을 그리곤 합니다.

하지만 <엑시트>엔 그런거 없습니다.

가끔 그런 분위기를 흘리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조정석과 윤아는 달리기만합니다.

조정석은 멋있는척을하지 않고 윤아는 이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선 잔뜩찡그려 못생긴 표정을 지으며 펑펑 울고 조정석 역시 절망적이면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며 "날 믿어"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절망적일땐 울고 가능성이 보일땐 그저 달립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엑시트>를 보며 다른 곳에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윤아와 조정석이 저 상황을 탈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뒤를 따를 뿐입니다.

그래서 어느순간 정신차리면, 내가 관객이 아닌 조정석과 윤아 옆을 함께 달리는 혹은 그들의 탈출을 응원하는 영화속 인물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온갖 잡스러운 신파를 뒤로하고 달리기만하는 조정석과 윤아의 박진감과 속도감은 한국 영화상 이런적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걸 기본에 충실했던 <엑시트>가 만들어낸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 그 신선함이란..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엑시트> 시작 10분? 20분만에 <엑시트>의 과정과 끝을 예상하면서 영화를 감상하셨을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아마 사건을 덮기위한 권력의 난입이 있을 것이며, 조정석과 윤아는 몇번의 죽을 위기를 넘길 것이며, 마지막에 윤아와 조정석은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한 모습을 보일것이며, 재치있게 탈출한 조정석은 취업에 성공하며 행복한 장면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라는 뻔한 클리세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엑시트>의 끝자락엔 그런거 없습니다.

조정석과 윤아는 "우리 탈출했어! 앗싸! 엄마 아빠 보고싶었어ㅠㅠ" 이렇게 영화는 끝납니다.

정말 당연하게 둘이 이어짐으로써 영화가 마무리될거라 생각했는데, 감독은 윤아와 조정석의 탈출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영화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마치 "알잖아? 이건 재난 탈출영화였어. 나머진 알아서 상상해" 라는 듯한 느낌으로요.

- 지금은 <동백꽃필무렵>으로 큰사랑받고 있는 필구의 예전 모습도 볼 수 있다 -

저는 열린 결말을 정말 싫어합니다.

작가의 무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엑시트>의 열린 결말은 무릎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아 맞다! 이건 재난 영화였지?'라는 생각과 처음부터 끝까지 '재난 탈출' 이 키워드에만 충실한 감독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윤아와 조정석이 다시 행복하게됐는지 어떤지 알게뭡니까.
둘은 재난 영화 속 인물들이었고 그속에서 별 문제없이 잘 탈출했는데요 뭘.

그리고 감독이 활짝 열어놓고 갔기 때문에 조정석과 윤아의 미래를 상상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멜로 영화에서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면 온갖 욕을 다 먹었을겁니다.
만약 <엑시트>가 멜로 영화였다면, 우린 조정석과 윤아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보기위해서 스크린에 모였던거잖아요?

하지만 감독이 재난 영화에서 윤아와 조정석의 탈출외 다른 결말까지 보여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정석과 윤아의 행복은 우리 머리속에서 마음대로 그려도 아무 상관이 없는거구요.

저는 <엑시트>가 참 좋았었습니다.

영화를 다 봤을때 머리 아프지 않고 그냥 영화는 영화로 끝나서 상쾌한 영화는 <극한직업> 이후로 오랜만에 만났거든요.

부디 오는 2020년에도 영화같은 영화들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그럼 본 포스팅 <[영화 리뷰] 기본에 충실하면 생기는 일, 엑시트>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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